군대전역하면서부터 생각했던 라섹수술을 했다. 자그마치 4년만이다.
작년 이맘때에도, 할까말까 망설이다가 결국엔 하지 못했었는데, 그래.. 이때 안하면 언제하겠냐는 마음으로, 있는돈 없는돈 다 털어서 수술 감행! 그래도 다른 안경이나 렌즈 등의 도움없이 밝은 세상을 볼 수 있을 꺼라는 기대를 하며... 기대는 개뿔... 짧게나마 수술 후기(?)를 써보자!
- 약 2주전 수술가능여부 검사
안압검사, 시력검사, 근시/난시검사, 각막두께 검사 등을 하면서, 약 2시간을 소요하면서 검사과정을 모두 마쳤다. 금액까지 이야기를 끝마치고, 결정적으로 수술날짜를 예약해야하는데, 진행중인 프로젝트들이나 산재되어있는 프로젝트들이 워낙 많았다. 한 1달 뒤로 잡을가 하다가, 지금 안하면 앞으로도 계속 못할꺼 같은 불길한 예감이... 그래서 3월18일 오후3시로 예약했다.
- 수술하루전 (3월17일)
제길... 할일이 너무많다. 이거 끝나면 또 이거, 저거 끝나면 또 저거...엎친데 또 덮치고 자빠트리고 아주 생쇼중이다. 스킬이 좀 더 되었으면 손쉽게 할 수 있을 많은 일들이 버버벅...
수술에 대한 생각도 못하고, 상상도 못하고 기대도 못한채 그냥 시간이 흘러버렸다. 야근연속이라 충혈이 안되었으면 다행일탠데...
- 수술당일 (3월18일)
다시찾은 밝은성모안과. 병원이름처럼 수술후엔 밝은세상이 짠! 하고 펼쳐졌으면 하는 작은 바램.
수술 바로 직전에 몇가지 검사를 더 하기 시작했다. 간단한 안압검사, 시력검사를 하고 대기를 하고있으니, 그제서야 후달려오기 시작한다. 겁네 아플까? 수술실에서 자꾸 오징어굽는 냄새도 들리고?
친구말 들어보니 아주 피똥싸게 아프다는데, 나도 많이 아플까? 설마, 만에 하나라도 수술후에 부작용으로 시력상실 그런 말도안되는 드라마틱한 일이 벌어지진않겠지? 하면서 온갖 걱정을 시작한다.
수술하기전 마취약을 넣고 몇가지 안약을 더 점안한다. 충혈되지말라는 약이랑, 항생제라고 하면서 눈에 자꾸 뭔가를 넣어준다. 좋은갑다 하고 그냥 있었는데 왠지 느낌이 마취가 다 되지않은듯한 느낌이다.
간호사에게 "마취가 좀 안되는거 같은데요?" 이야기하니, 친절하게 한번 더 넣어준다.
예의 그 오징어굽는 냄새가 나는 수술실로 들어가니, 몇명이 앉아있고 몇명은 서있다. 누가 집도하는 원장선생님인지 구분할 정신도 없이 부랴부랴 앉아서 수술진행. "초록불 보세요 눈감지 마세요 눈돌리지 마세요" 등의 소리를 들으며 내 눈을 레이져로 힘차게(?) 태우기 시작한다. '아.. 이래서 오징어 타는 냄새가 났었구나;;'
한쪽 눈당 채 3분이 되지않는 짧은 시간동안 수술은 모두 끝나버렸다. 되려 너무 빨리 끝나니 허무할정도로...
몇가지 주의사항을 더 들은 후에 집으로 돌아온 후에, 부랴부랴 잠을 청했다.
지금에와서 생각하지만..오라질... 좀 참고 밤늦게 잘껄.. 마취풀릴때쯤 잤어야 하는데 너무 빨리자버렸다!
- 수술 다음날 (3월 19일)
아.. 정신이 하나도 없다. 정신줄은 안드로메다로 보낸지 오래고, 암흑속에 갖힌채 고통만 호소하고 있다.
고통을 5단계로 나눠본다면.. 1-2-3-4-5 정도일탠데, 이틀째날은 감히 고통이 순간난이도 별10개정도는 되지 싶다. 눈은 아프고, 보이진 않고 답답하고 욱신거리고 시리고 눈물은 멈출줄 모르고, 과연 정말 눈을뜰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쓰나미로 몰려온다. 마침 전화벨이 울리며 병원측에서 전화가 왔다.
"정유찬 님이시죠? 여기 밝은성모안과인데요.. 눈은 좀 어떠세요?"
".......... 눈깔이 뽑힐꺼 같아요. 살려줘. 어헝헝"
"........ 원래 초반엔 다 그래요..;; 아프실수 있으니 푹 쉬세요" 하면서 ... 위로아닌 위로를 해준다.
그래..그래도 이날은 겁나게 아파서, 시간은 빨리간듯..
- 수술 다다음날 (3월20일)
어제가 지속난이도 별5개, 순간난이도 10개..(가끔씩) 이였다면, 오늘은 지루함과의 싸움 + 지속난이도 별4개 정도 된듯 싶다. 머리에는 개기름이 흘르며, 불꽃에도 활활 타오를정도의 덕지덕지 기름이 쌓여있구, 얼굴도 거지셍키마냥 꼬죄죄하며 울고만 있으니.. -_-;
눈을 아주 약간씩 뜰수는 있었는데, 작은 빛이라도 눈에 들어오면 여지없이 쏟아지는 눈물...
결국 이날도 이불 뒤집어쓰고 하루종일 자고,울고,먹고(응?) .........
캐후회하기 시작한다... '아..라식할껄'
그래도 일단 오늘까지만 버티면 내일은 광명이 올꺼야 하면서 버티고 또 버텼다.
라섹수술 하기 전에 서핑질로 대충 줏어들은 내용으로는, 개인차마다 다르지만, 남자의 경우 대체로 별로 안아프고 후다닥 시력회복까지 된다고 들었던거 같은데, 그건 다 개소리라는 결론이였다.
그리고! 병원측의 팜플렛에도....
"개인마다 다를 수 있지만, 통증이 없을 수도 있어요!" 라는 글귀 밑에
"개인마다 다를 수 있지만, 피똥싸게 아플 수도 있어요!" 라는 글귀도 함께 있었으면.... 미리 준비(?)했을탠데...
- 수술 다다다음날 (3월21일)
아침에 눈을 떴다. 여지없이 콕 쑤시는 통증과 함께 눈물이 주르륵 흐르긴 했지만, 그래도 사물이 보이기는 하다.
거실로 실눈을 뜨고 나오면서 티비를 보았는데..읔.. 사물은 개뿔 취소다. 그대로 뒤로돌아 자세로 방으로 기어들어간다. 그리고는 어헝헝... 언제 뜰수 있는거니?
통증은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현재 난이도 별3개 .. 물론 기존에 순간난이도 10개가 너무 무시무시한놈이라 그런지 이정도따위는 훗... 그냥 좀 욱신거리고 시리다 싶으면, 병원에서 제공해준 냉동안대(?) 눈에 뒤덮고 한숨 주무셔주면 그럭저럭 통증이 덜한다.. 아 살것 같다. 샤워도 했고 머리도 감고 세수도 했다.
대충 거울속에 내 모습이... 그래도 촛점이 확실히 잡히진않았지만 보이긴 보인다. 그래 이게 광명인가?
어제까지의 캐후회모드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급 스스로에게, 내 생애 가장 잘한짓거리가 아마 시력교정수술일태야! 라며 스스로 뿌듯해 한다. 쥰내 아프고 시리고 쓰리고 쑤셔도 (응?) 참았으니 난 남자. (응?)
- 그리고 오늘 (3월22일)
오늘 난 출근했다. 빌린 커다란 검정 선그라스를 끼고 그래도 난 출근했다. 아직까지 모니터가 뚜렷히보이지도않고, 촛점이 다 잡히지도않고 운전할 만큼의 시력이 회복되지않았지만, 운전은 친척형에게 패스하고, 편하게 보조석에 앉아왔으니 뭐... 어쨌든 내일모래 (3월24일 수요일) 보호용 렌즈를 빼게 되면, 더 좋아지겠지?
예상 교정시력 1.0이상 나올때까지 아닥하구 안약 잘 넣어야겠다.
아..... 햄볶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daily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트릭아트2 , 리듬 오브 아프리카 관람기 (0) | 2011.08.16 |
---|---|
블로그 개인 도메인 연결! (2) | 2011.03.29 |
핸드폰의 최대단점 (2) | 2010.05.31 |
인터넷 쇼핑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2) | 2010.04.14 |
요즘에는... (0) | 2010.04.04 |
정말 오랫만에 셀프세차장... (0) | 2010.03.07 |
with Twitter (0) | 2010.02.23 |
iPhone 국내출시 확정 (0) | 2009.11.23 |
참 역겨운 일들... (0) | 2009.09.29 |
퍼가실때, 그래도 리플하나쯤은.... (4) | 2009.0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