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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

엘레베이터에서 갇혀본적 있으신가요?

지난주에 있었던 조금은 색다른 경험! 바로 탑승중의 엘레베이터 고장
혹시 탑승한채로 엘레베이터가 고장나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전 초등학교 고학년 이후로 쭈욱 엘레베이터를 이용해왔지만, 실제로 탑승중 엘레베이터의 고장으로 1시간가량을 갇혀있어보긴 처음이였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했냐고요? 제 이야기를 좀 들어보세요.


- 퇴근하는 중에...


지난주 목요일이였습니다. 어느때와 마찬가지로 폭풍코딩을 마치고 퇴근을 준비해서 엘레베이터를 탑승했습니다.  짧은 거리지만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저였기에 자전거를 끌고 함께 근무하는 팀장님과 엘레베이터를 타고 1층 버튼을 눌렀습니다. 저희 회사는 5층에 위치해있는데, 실상 내려가는 시간은 길어야 15초내외로 금방 내려가는 편입니다.

그런데, 2층쯤 다다렀을까? 갑자기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엘레베이터는 정지해버리고 맙니다. 그렇습니다. 저희는 갇혀버리고 만겁니다. 2층과 3층의 중간 어딘가? 혹은 1층과 2층의 중간 어딘가에서 엘레베이터가 비상정지해버린 것이였죠.  정지한 후 얼마지나지 않아, 차가운 기계음으로 안내메세지가 흘러나옵니다. "EMERGENCY 버튼을 누른후, 침착하게 구조요청을 하시오" 라는 차가운 여자사람인지 기계인지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침착하게 비상호출버튼을 누르니 아마 본사 콜센터의 직원인듯 한 사람과 연결이 되더군요. 해당 소재지의 현장요원이 출동하니, 20~30분쯤 후에 도착할 거라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뭐 여기가 어디구요, 몇호 엘레베이터입니다. 라는 이야기는 할 필요도 없더군요.

아마 해당 엘레베이터의 고유Key값 같은 것이 전달되어 콜센터에서는 바로 위치를 알 수 있도록 해놓은 것 같았습니다. 간단히 비상연락이 가능한 연락처만 알려주고서는 유유자적 기다립니다. 아마 콜센터 안내요원의 마지막 멘트인 "안전장치가 걸려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라는 말이 나름 위안이 되었나 싶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저는 바닥에 털푸덕 앉아 이 신기한 상황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우리는 아마 1층과 2층 중간쯤에 위치해있는 모양입니다.
혹시 2층과 3층의 중간쯤에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 건물이 지하 2층까지 밖에 없으니 바로 낙하하더라도 적어도 죽지는 않겠다. 라는 나름의 안도감이 들기도 했었죠. 그나저나, 이때당시의 시각이 오후 11시를 넘어선 시간이였기에 혹시 나 혼자 엘레베이터에 갇혔더라면, 무서웠을 겁니다.  저는 겁이 많거든요. 

어쨌든, 앉아서 팀장님과 조금의 노가리를 깔까 하는 찰나에 전화가 울렸습니다.  아마 현장요원의 전화겠지요.  아니나 다를까 출동한다는 현장요원이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걸? 전화통화를 하는데 자꾸만 이상한 소리를 하는겁니다.

"혹시 12층 메인컨트롤러로 엘레베이터 재부팅 해보셨나요?" 라고 묻더군요.

이게 무슨 소린가? 가만히 들어보니, 우리가 갇혀있는 사람이 아니라, 이 건물 상주직원(아마 야간경비?)로 알았던 겁니다.  "아저씨! 우린 갇혀있다고요!" 라고 하니, 그제서야 죄송하다며, 본인이 잘못 알고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아니..이 아저씨가?' 갇혀있는 사람보고 옥상을 올라가라니! 장난하시나? 하는 마음도 살짝 들었지만, 뭐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실수할 수도 있고 본인도 당황해서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그냥 좋게좋게 "아저씨 빨리 구해주세요" 라고 해줬습니다. 

11시쯔음에 신고를 하고, 내내 기다렸는데 당췌 현장요원은 도착할 생각을 안해주시고, 화장실은 가고싶고.. 집에는 토끼같은 마누라가 기다리고 있고... 한참을 기다리니 그재서야 무슨 소리가 들립니다.

갑자기 문이 수동으로 열리더니, 저 위에선 아저씨와 본건물 상주인원이 함께 서있더군요.


엘레베이터가 중간쯤에서 열리면 문 너머의 풍경은 이렇습니다. 그냥 쇠로 막혀있었어요.
하필 멈춰도 이렇게 어중간하게 멈춰버리니 이건 나갈 수도 없고..정말 불이라도 나면 영화속 한장면 찍겠구나..하는 마음이였습니다.

뭐 이런저런 셋팅을 만져봐도 당췌 수리가 안되었던지, 현장요원 아저씨는 "잠시만 기다리세요. 걱정마시고요" 라는 말을 남긴채, 유유히(?)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그 뒤로 수차례 비상통신(?)을 한 끝에 저희는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까지 약 1시간가량을 엘레베이터에 꼼짝없이 갇혀있었습니다.


- 엘레베이터 고장,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였다.


사실, 본 건물에서의 엘레베이터 고장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였습니다.
물론 직접 탑승한채 갇혀본 적은 없었지만, 왔다갔다하면서 심심하면 [고장], 혹은 [점검중] 이라는 알람을 본 바로는.. 대체 이렇게 자주 고장나는 엘레베이터가 다있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오신 현장요원분도 아마 이 건물을 하루이틀 들락날락 하시던 분은 아니였던것으로 짐작됩니다.  뭘로 짐작하냐면.. 통화할때 마치, 이 건물의 모든걸 꾀뚫어보듯 말씀하셨기 때문에 그럴거다. 라고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체 왜 이렇게 매번. 시시때때로 고장이 나는데 수리가 안되는 것일까요? 에르지-오르티스 (직접적인 엘레베이터 브랜드를 거론하기에는 조금 그런면이 없잖아 있어서...)의 엘레베이터 제작 기술이 문제일까요? 아니면 수리력이 딸리는 것일까요? 그리고 단 2개호밖에 없는 이 건물의 담당직원(아마 시설계분이 되겠죠)은 이와 관련한 크레임을 강도있게 걸지 않은 걸까요?  그리고! 1시간가량이나 갇혀있었는데 왜 일언반구 "보상"에 관련된 메세지는 전달하지 않은 걸까요? 

이런... 사실 아프거나 다친 곳은 없지만, 만약에 저나 함께 탑승했던 팀장님중 한명이라도 정신적 스트레스때문에 통증을 호소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좀 궁금하긴 합니다. 

갇히는건 둘째치고, 매일같이 출퇴근하는 건물의 엘레베이터에 갇혀서 1시간가량을 보낸건 정말 색다른 추억(?)이였습니다.  여러분도 조심하세요.  언제 당신이 탄 엘레베이터가 층과 층사이에서 멈춰버릴지 모릅니다. 


- 그 후, 팀장님과 대화 


그후 아무래도 엘레베이터도 결국 프로그램으로 동작하는 기계다보니, 팀장님과 이런 이야기를 나눈적이 있습니다. "엘레베이터가 비상 정지했다면 분명 Error가 발생했거나 그랬을 탠데, 옵저버같은 개념을 도입해서, 층과 층 사이가 아닌, 정층 (그러니깐 딱 2층이면 2층)까지 강제 이동을 시키는 로직을 추가하면 안되나?" 그렇죠? 정말 안되나요? 문득 궁금해집니다.  

이상으로 엘레베이터 갇힌 1시간 포스팅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