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life.

아파트 청약 당첨 일기 (덕은삼정 그린코아)

아이몬 2020. 12. 20. 22:36

얼마전 내게 기적이 찾아왔다.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었기 때문이다. 그 믿기 어려운 결과에 흥분과 환희로 몇날 몇일을 세우고, 문득 블로그에 남겨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요즘 여기저기 주택값이 미친듯이 오른다고 성화다. 비단 신축 아파트 뿐만 아니라, 구축 아파트, 입지가 떨어지는 나홀로 아파트, 빌라까지도 전반적으로 오르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사실 수도권에서 일반적인 직장생활을 하면서 근로소득으로 돈을 저축하여 내집 장만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부동산 가격이 치솟았다.  이 현상이 옳바르다, 옳바르지 않다의 문제는 아니라 생각한다. 결국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철저하게 시장논리로써 움직이고, 자본주의 사회에 맞게끔 움직이는 것이다. 물론 그 이면엔 심리적 공포나 환희도 한몫 한다.

내 이야기

내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젊을때.. 그러니깐 내가 결혼하기 바로 이전에, 부모님은 하우스푸어셨다.
한달에 지출되는 이자만 원금제외하고 순수 700만원 정도를 은행에 납부한 것으로 기억한다. 결국 그 집은 그 모진 2009~2014년을 못버티고 결국 은행에서 법원경매로 넘어갔다.  그것이 내가 철이 들면서 경험했던 부동산 / 내집 에 대한 경험의 전부였다. 
그래서 집을 사더라도 최소한 집 가격의 60~70% 정도는 내 자산을 보유하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원리금 수준에서 집을 매수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뭐 종자돈도 없어서 살수있는 여력도 안됐지만...

현재 살고있는 동네에서는 내가 처음 이사올 당시에만 해도 미분양의 밭이였다. 
역이 신설되고, 분명 살기좋아질것 같았지만.. 난 그때 용기가 없었다. 물론 종잣돈도 없었지만.. 
아무리 80%까지 대출을 해줄때지만 갓 결혼해서 모아둔 돈도 없던 내게 그 20%의 종잣돈이 있을리 만무했다.  그리고 집값이 부담되기보단 이자가 더 부담될 때였다. 내게는 부모님과 함께 겪은 하우스푸어의 경험이 끔찍했기 때문이리라

지금 이 동네의 가격은 분양가 대비 2배는 기본이다. 이미 단순 근로소득으로 살 수 있는 금액대는 지나간지 오래고, 
내가 아무리 부지런히 저축하고, 내 사업을 성공한다 한들 이 동네에서 내집 한켠 마련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번 생에 내집마련을 포기하고 살았었다. 
저축을 열심히 하지도 않았고, 뭔가 부동산쪽으로 공부를 하지도 않았었다. 오르지 못할 나무라 쳐다볼 엄두도 안났다가 더 정확한것 같다.

입주자 모집 공고가 올라오다

어쨌든, 그러다가 고양시에 위치한 덕은지구라는 곳에서 하는 마지막 청약 입주자 모집 공고가 올라왔다. 
덕은지구의 위치는 고양시와 서울시가 맞닿는 경계선에 위치해있고, 상암과 가까워서 상암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는 입지이다. 

가양대교를 기준으로 마포구와 고양시 덕은지구로 나뉘는데, 바로 이 입지에 속해있는 곳이였다. 

입주자 모집공고를 쭈욱 흩어보고, 입지나 지구단위계획을 꼼꼼히 살펴봤는데.. 비록 주상복합 아파트라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그 주복의 단점들을 단점이 아니게 만들어버리는 주변 환경과 입지 그리고 매우 착한 분양가 등이 특징이였다.  

일단 주복의 대표적인 단점으로는 
#1. 녹지공간이 부족하다.
근데 입지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한강 공원인프라를 200% 활용할 수 있는 위치에 속해있으며, 
바로 옆에 월드컵공원 / 난지캠핑장 / 난지한간공원 등의 녹지 인프라를 그대로 이용할 수 가 있다. 완전 상업지역에 위치한 주상복합이 아니라서 .. 어설픈 아파트 조경보다는 한강 조경이 더 나을 듯 하다. 

#2. 비싼 관리비
요즘 만들어지는 주상복합은 예전과는 다르다고 한다. 
예전엔 오피스텔만큼이나 관리비가 많이나왔다면, 요즘처럼 판상형 주상복합 아파트의 경우 일반 아파트와 크게 차이가 나지않는다고 한다. 
뭐 한강조망이 가능한 건물 특성상.. 조망비라 생각하면 심플할 거 같다.  특히 단지 앞쪽으로 건물이 들어올 계획이 없으므로, 한강조망이 영구조망으로 확보된다는 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가치인듯 하다.  그깟 관리비 차이 몇만원따위야.... 

총 4개 동으로 되어있는 주상복합인데.. 2동과 3동 사이에 가장 꼭대기층이 연결되어있는 부분은 무려 피트니스센터가 들어온다고 한다. 
와... 이게 뭐지? 미국 드라마에서나 보던 느낌 아닌가? 한강 바라보면서 러닝머신 가능한거 아닌가.. 

분양가의 경우 쇼킹할정도로 저렴하게 나왔다. 평당 1,600만원 정도인듯 하다. 바로 옆 단지의 경우 평당 2600만원대의 고분양가로 나왔던거에 비해서 매우 저렴하게 나왔다고, 볼 수 있었다. 물론 주상복합이기에 용적률 차이에서 오는 가구당 대지지분이 다르다는 점은 있겠지만.. 이 부분은 사실 재건축이 될때나 시세에 반영되는 문제고, 덕은 지구내에 한강 조망이 가능한 유일한 주거시설이라는 메리트가 있기에 크게 고민하지 않았었다. 

유닛도 가장 인기있는 4베이 판상형 구조로만 들어와서, 평형 고민할 것도 별로 없었던듯 하다. 주상복합이라고, 옛날처럼 주거전용면적이 협소하리라 생각하면 오산이리라... 요즘 건설하는 주상복합의 경우 옛날 1세대 주상복합 설계와는 그 결을 많이 달리한다. 
거의 아파트 구조와 동일하게 설계한다고 보면 된다. 

나의 청약 전략

생애최초 특공을 노리고 84 A 를 지원했다. 덕은 지구는 대규모택지지구가 아니라서 당해100% 인 택지이다. 여기서 미달이 나면 기타지역에게 기회가 있는데, 요즘같은 시기에 미달은 안될거 같았다. 
어쨌든, 1순위 조건도 되고, 특공자격도 되기 때문에 어디를 지원할지 무척 고민했다. 

아내와 상의해본 결과 특공으로는 84A를 지원하고, 1순위도 84A를 지원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었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내가 가점이 높은 것도 아니고 84A는 가점제가 75% / 추첨제가 25% 인데, 내 가점으로는 턱도없이 부족해보였다.
그에 반해 91 사이즈들은 85 이상이기 때문에 추첨제가 70% / 가점제가 30%인 형이였다. 

91 사이즈는 2가지 타입이 있는데, 91A  와 91B 타입으로 나뉜다. 
거의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가장 큰 차이는 한강조망과 향이였다. 
91A의 경우 거의 전 호수가 정남향이나 남동향 쪽을 바라보고있어서 한강을 정면으로 바라보고있는 형태로 건물이 설계되어있었다. 
그렇기에 아마 가장 많은 경쟁률이 몰릴꺼라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으리라... 

다시! 돌아와서.. 그래서 내 청약지원은 
생애최초 특공 - 84A / 1순위 - 91A 를 지원했다.  수치상 확률적으로만 봤을때 91B 가 가장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거길 했어야하는 것은 맞다. 단지... 이집이 내집이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지원했던거 같다.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만... 지원 당시에는 91B를 넣을까 하는 후회가 몰려오기도 했었다. 

청약 결과 

엄청 핫했던 고양시 덕은삼정 그린코아 청약일이 지나고, 속속들히 경쟁률들이 발표되기 시작했다. 
84A의 경우는 특공 거의 33:1 의 경쟁률.. 91A가 압권이였는데, 83:1 경쟁률이 나왔다. 이 경쟁률이 막 발표됐을때, 허탈했다. 
88:1 이라니.. 그냥 91B를 넣을껄 그랬나? 하는 후회가 막 몰려올 때였다. 

나의 아내는.. 뭐 나랑은 다르게 쿨하다고 해야하나? 84A를 2개 다 지원하는것보다 91로 하나를 선회하자는 것에는 동의했었는데, 굳이 91 지원하는거 못 먹어도 고 라면서 91A를 하자고 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별 후회 안했던거 같다. 

나는 사실 포기했다. 88:1에서 내가 될 일도 없을 뿐더러.. 이건 되면 평생 운 몰빵해서 다 쓴거니, 기대하지말자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당첨자 발표 당일날... 자정이 지나면 청약홈에서 당첨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오전 8시에 문자로 당낙 여부를 알려주게 되어 있는데, 12시까지 잠도 안오고..기다리다가 확인을 하고 우린 환호성을 지를수 밖에 없었다.

주택형도 심지어 91A가 당첨이 되었던 것이였다. 심지어 동/호수도 대단히 좋은 동호수가 되어서 한강을 바라보면서 올림픽대로 / 강변북로 / 가양대교까지 한강야경을 언제든지 즐길 수 있는 고층으로 된 것이였다.

아마..우리집 거실뷰 (이보다 조금 더 높겠지만...)

처음에는 믿기지도 않았었다. 뭐가 써있긴 한데, 뭐가 써있는거지? 라는 생각으로 한참을 봤던 것 같다.  샤워를 마치고 막 나온 아내에게 내가 물었던 첫 마디는 "여보..이거 된거야?" 였다. 몇 번을 다시보고 다시봐도.. 혹시몰라 청약홈을 새로고침해봐도 동/호수까지 딱 나와있는걸보니 당첨은 당첨이였다. 

2020년 12월 17일 자정.. 모두다 잠든 그 시간에 아내와 나는 너무 기쁘고 놀란 마음에 크게 소리도 못지르고 앉은자리에서 발만 동동구르면서 기뻐했다. 꿈인지 생시인지 헷갈리는 날이였다. 결국 그날.. 잠을 한숨도 잘 수 없었다. 
일반 추첨으로 당첨되다니.. 83:1 의 경쟁률인데 우리가 되다니..  아내와 나는 침대에 누워서 이 말도안되는 상황을 이성적으로 인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고싶은 이야기

이글을 보신 예비 청약자분들이 보시기엔 그냥 운이 좋군 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다. 
물론 운이 좋은 것 맞다.. 남들은 수년 / 수십번을 시도해도 당첨은 안되고 매번 낙첨하여 어려움을 겪고 계신것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에 반해 나는 이번이 첫번째 청약이였고 바로 당첨이 되었는데, 청약도전자들도 본인에게 올 행운을 그냥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물론 상황과 시기에 맞춰서 적절한 의사결정은 필요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주택자의 지위를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청약 기회를 잘 노려 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입지나 평형에 대해서도 너무 좋은 입지에 선호 평형만 지원하지 않고 스마트하게 생각해서 당첨가능성을 높혀보는 전략도 나쁘지 않으리라 본다.

좋은 입지와 선호 평형은.. 모두에게 매력적인 물건이다.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청약은 나외의 모든 사람들도 선호한다는 이야기고 이것은 결국 높은 경쟁률과 낮은 당첨률로 귀결된다. (그러면서 정작 나는 왜...) 결과론적으로 나는 말도안되는 경쟁률의 평형을 추첨으로 당첨되었지만, 이것은 정말 매우 낮은 확률에 건 도박과 같은 것이였다. 그리고 당장 이사를 가지 않아도 되는 주거환경도 마음을 한결 가볍게했으리라..


이제 당첨은 되었으니, 정당계약을 하면 조금 더 실감이 날듯 하다.. 물론 계약금도 마련해야하고, 중도금도 준비해야하고.. 앞으로 헤처나가야할 길이 산더미같긴한데.. 그래도 청약에 당첨되었다는 기쁨과 무주택자를 벗어났다는 안도감이 훨씬 클태니 기쁘게 준비해야겠다. 
생애 첫 내집마련을 이 어려운 시기에 하게 되어서 너무 기쁜 마음에...오랫만에 블로그에 포스팅을 해본다.

아 그리고 입주 예정자 단톡방도 개설했으니, 혹시 아직 입장하지 않으신 당첨자분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서 단톡방에 입장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입주자 예정자 협의회도 만들어서 더 좋은 주거환경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세요^^